AI 시대,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위하여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 중, 어떤 직장 선배는 한 직장에 오래 근속해야 진정한 프로이고 모범적인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선배는 경험이 많았고, 그 선배만큼의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에는 드물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 대부분의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그 선배의 말에 동조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회사는 수익이 나지 않아 문을 닫았고, 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그 당시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았는데, 면접관들은 나에게 대부분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 '4년 넘게 회사를 다녔는데 어떤 일을 하셨나요?'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제품의 화면 대시보드를 개발했습니다' 라는 답 이외에는 아무 것도 말 할수가 없었다.

그 회사에서 경험했던 것이라고는, 임금체불, 직장 내 부조리 등 부정적인 경험 뿐이었는데 좋은 인상을 줘야 할 면접관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도 이직할 때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오래 근무한 직원일수록 면접이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 사건을 통해 얻었던 교훈은 아래 3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1. 버티는게 능사가 아니다.
  2.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일해야 한다.
  3.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러나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사람의 습관이 어디가지 않는지 정작 다른 회사를 가서도 위 기준을 제대로 적용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처음으로 위 기준을 제대로 적용한 결정을 내렸다. 1년간 재직했던 회사를 퇴사한 것으로.

 

만약 그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

인간 개발자가 코딩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AI로 모든 것이 대체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흐름을 탈 수 있었을까?

 

결국 내 역할이 AI로 대체되고 나는 흐름에 뒤쳐진 채 다시 구직 시장에 나와야 했을 것이다.

AI 시대에는 단순히 '돌아가게끔 만드는 코딩'이나 유지보수 업무에 매몰된 개발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 회사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회사가 주는 일만 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멈췄을 것이다.

과거에는 코딩하고 버그잡는 능력이 개발자의 특별한 능력이었다면, 지금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나의 경력은 회사가 부여한 직함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쌓아 올린 포트폴리오로 말해야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
그곳은 나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는 곳이다.

자기계발 퇴사 AI 성장

회사생활을 마무리하며.

조만간 현 직장에서 퇴직을 할 예정입니다.

퇴직은 작년 말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인수인계나 여러가지 마무리 할 부분들이 있어서 최종 퇴직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것 같네요.

 

2019년 2월 현 직장에서 개발자로 채용이 되어 현재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무하였습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게 되면, 서비스 장애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부분에서 펑크가 나지는 않을까...

여러모로 걱정이 되었지만, 회사가 사람 한 두명 없다고 안 굴러가는 것도 아니고 처음 입사할 당시보다 개발과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여러 부분에서 체질 개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벌려 놓은 일이 많다 보니 퇴사 하고 나서도 한 동안은 연락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입사할 당시가 생각나네요.

당시 회사에는 제대로 된 개발 프로세스와 운영 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운영환경만 있는 상태에서 레거시 코드를 분석하며 각종 오류수정과 장애대응, 기능개발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충분한 역량이 없었던 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추노할까?' 라는 고민도 잠시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었고 이용자와 트래픽도 제법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현 상황을 이겨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의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야근도 많이 했었고 주말에도 일을 했었습니다.

레거시 구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를 찾아서 수정하며 장애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각종 시스템 오류나 지표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이를 개발자가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 시스템 오류나 서비스 부하가 있을 때마다 이를 메신저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추가하였습니다.

또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에 로깅 시스템을 구성하여 이벤트 발생 이력을 남기고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판매자가 배송비 정책을 변경하거나 고객이 회원정보를 변경하는 등의 행위)

서비스 이용자들이 본인이 잘못해놓고 서비스 장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요, 누가, 언제 어떤 이벤트를 발생시켰는지 명확하게 추적이 되기 때문에 서비스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기도 한 차례 찾아왔었는데요, 실수로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창을 여러개 띄워놓고 테스트용 테이블을 생성하여 기능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와중에, 개발용 테이블과 실제 테이블을 헷갈려 실제 테이블을 삭제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일으킬 당시에 큰 패닉을 겪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대표님께 보고드린 후 전체 서비스를 내려서 데이터 정합성이 깨지지 않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이전에 엑스플랜트 개발을 담당하셨던 분께 신속하게 연락을 드렸고, 그 분은 직전 백업에서 삭제된 테이블을 추출하여 복구하는 작업을,

저는 mysql binary log에서 백업 이후에 유입된 데이터들을 추출하여 복구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수습이 마무리 되었고,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개발환경과 운영환경을 완전히 분리하고, 모든 개발작업은 개발 환경에서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었습니다.

개발자가 이용하는 SQL 클라이언트도 auto commit 설정을 수동으로 변경하고, 연결별 색상을 달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여 더 이상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작업 후 소스를 배포하는 방식도 수동 배포 방식이었는데요, 이 부분도 Jenkins를 통해 자동으로 배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Jenkins 설정이 까다로워서 애를 먹었지만 열심히 구글링을 하며 하나씩 셋팅하였고, 팀내 배포 프로세스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개발자는 더 이상 배포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개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라라벨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여 좀 더 모던한 형태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부분입니다.

이미 회사의 서비스는 레거시로 운영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모던 프레임워크로 변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레거시를 유지하면서 모던 프레임워크를 연동하여 양쪽 모두 운영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었고, 레거시 인증(세션)과 라라벨 인증을 연동하는 드라이버와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구성하였습니다.

기존에 이미 추가되어 있던 스키마도 라라벨 엘로퀀트 기반으로 엑세스가 가능하도록 모델도 추가하였고, 

노력 끝에 모던 프레임워크를 개발 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보안과 관련된 부분이라 어떤 기능이 라라벨로 개발되었는지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라라벨의 설계 원칙과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개발이 가능해졌기에 개발자는 회사 업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이용자들에게도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개선한 프로세스와 개발환경에서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 합류하신 분께도 인수인계를 해드렸는데요,

다행히 제가 구성한 프로세스와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따라주셔서 그 분께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이룬 여러가지 성과들이 아쉽긴 하지만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ChatGPT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도래하였고, 점차 개개인이 가진 능력은 퇴색될 것입니다.

이제 AI가 직원 대신 사업계획서나 제안서를 쓰고, 서비스 개발도 대신할 날이 올 것입니다. 결국 모두가 1인 기업가가 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인데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기획력입니다.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하고 서비스를 기획하여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사이트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Develop 퇴사 AI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