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사건에 관하여 2

by HeuJung


일상 | Posted on Sat, Nov 9, 2019 7:56 PM
0

이전 글 : 임금체불 사건에 관하여 1

 

조직개편, 그리고 기술 시연회

워크숍을 다녀온 후, 전사적으로 조직개편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이 각 부서로 배치되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추천해준 동아리 형님이 팀장을 맡고 있는 팀으로 배정되었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며 즐겁게 웃던 직원분은 따로 칸막이가 되어 있는 방으로 자리가 배정되었으며, 그 분도 팀장을 맡았다.

그 해 봄, 서울의 한 행사장을 빌려 회사의 기술 시연회를 열였다.

발표회장은 각계의 보안 관련 인사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언론에도 놀라온 보안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었다는 기사가 연일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품개발

기술 시연회는 말 그대로 기술 시연회였다.
"기술이 구현 가능하다" 정도만 보여준 행사였을 뿐, 제품화 시키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그래서 각 부서별로 기술의 제품화를 위한 개발작업에 착수하였다.

나에게는 제품 UI 개발 업무가 주어졌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야근하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등 간식을 먹긴 했지만 회사에 따로 비용은 청구하지 않았다.
왜냐면 회사가 정말 잘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투자받은 금액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그런 비용을 청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연구소에 계신 다른 팀 팀장님과도 의견을 계속 교환하였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도 겪고 몇 차례 일정을 준수하지 못해서 팀장님(동아리 선배)에게 한소리 듣긴 했지만, 결국 제품 화면을 완성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품 화면을 그리 썩 잘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꽤 오래된 기술로 만들었고, 코드 재사용성이나 확장성 등 소프트웨어 공학적인 측면에는 많이 부족한 제품이었다.

메뉴를 이동할 때마다 화면이 깜빡이는 문제가 있는데 결국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 상태 그대로 제품 출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 주셨다.
대표님도 좋아하시고 팀장님도 술을 사주시며 정말 고생많았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언론에도 제품 출시가 되었다는 기사가 나갔으며, 제품의 화면도 함께 첨부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보람을 느꼈다.

 

아버지의 알콜중독 문제

나에게는 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버지는 15년전 가정불화와 이혼을 겪고 나서 거의 매일 술에 쩔어 지내셨다.
이혼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피가 섞인 자식이라며 나를 미워했고, 이혼 후 연락을 끊어버렸다.
게다가 하나 뿐은 자식은 돈벌러 서울을 가버렸으니 남아있는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직장을 다니는 동안 아버지의 알콜중독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퇴근하자마자 KTX 기차표를 끊어서 부산에 내려갔다. 고항집에 들어가자 악취가 진동했다.
곳곳에는 구토한 흔적과 술병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고 구더기마저 득실거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방 구석에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일단 집을 청소했다.
쓰레기를 모두 한군데 모아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묶고, 오염된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했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술병을 채워 두었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술을 사러 밖에 나가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거의 2년 정도 했던 것 같다.

퇴근 후 KTX에 몸을 싣고 부산에 내려가고 KTX 첫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버지의 알콜중독 증세가 심했던 시기에는 회사에 출근을 제대로 못했던 적도 있었다.

기차에서 나쁜 자세로 잠을 청하다보니 허리디스크까지 발병해서 의자에 오래 앉지를 못하는 등 여러가지로 힘든 시기였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던 팀장님(동아리 형님)은 회사 업무시간을 조정해주는 등 여러 방면으로 배려를 해주셨다.
대표님께도 해당 사실이 보고되었고, 회사는 걱정 말고 집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쓰라는 격려도 해 주셨다.

 

뇌종양 발병

예비군 훈련이 있던 날이였다.

사격훈련을 위해 한쪽 눈을 감은 채로 총기의 조정간에 눈을 갖다 댔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야근을 많이 해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오래 보고 있어서 그렇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눈 한 쪽이 흐려 보이는 증상은 계속되었고, 회사 근처에 있는 안과를 방문해서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안과에서는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뇌신경 쪽 문제가 의심되고 소견서를 써줄 테니 종합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소견서를 들고 종합병원에서 CT와 MRI를 찍어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자라고 있고, 종양이 커져서 시신경을 누르고 있는 바람에 시야에 문제가 생긴 것이였다.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일단 보호자인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팀장님께도 말씀드렸다.
근처 대학병원에 수술 예약을 잡긴 했지만, 수술비가 문제였다.

아버지의 부양 문제와 차비 때문에 버는 돈보다 쓰는 금액이 훨씬 많았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발급받아 빚을 내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비와 입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팀장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리자, 팀장님은 내가 해결해볼테니 회사 일은 걱정말고 치료를 잘 받는데 집중하라고 해 주셨다.

 

다음 글 : (작성중)

임금체불


Leave a Comment: